일반국제정치학(상)

책소개

1945년 이후 국제정치에 관한 글들이 국내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세상에서 태어났으나 거의 모두가 단명에 그치는 속에서 이 연구서는 지난 반 세기 동안 강한 생명력을 보여왔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힘은 보다 세어져 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책은 현재까지 한국 국제정치학계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서, 그 내용을 보면, 첫째, 국제정치학의 학문으로서의 성격과 국제정치의 개념을 검토하고, 둘째, 동주 국제정치학의 논리적 기반으로서 국제정치의 권역성과 전파의 문제를 제시하고, 셋째, 근대국제정치의 유형적인 양태를, 군사국가, 경제국가, 식민지 국가로 설정하고, 넷째, 현대 국제정치, 곧 세계정치의 역사적 성격으로 인정되는 몇 가지 양상에 대한 연구와 그것이 점차로 변이해 가는 모습을 추적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동주(東州) 이용희는 3.1 독립선언 33인의 한 사람인 이갑성의 차남으로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중앙고등보통학교, 연희전문학교 문과에서 수학하였다. 동주는 역사에 대하여는 정인보 선생의 학문적 영향과 전통회화에 대하여는 오세창 선생의 가르침을 힘입으며 사회과학 고전연구를 했다. 해방 이후 1949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로 임명된 이후 국제정치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기 시작하여 1955년에는 국제정치원론을 출판하고 1956년에는 외교학과를 신설하여 한국국제정치의 인재양성과 연구기반을 본격적으로 창설하였다. 뒤이어 1962년에는 『일반국제정치학(상)』, 1966년에는 『근대 한국 외교문서 총록(외교편)』을 출간했고, 1970년 대 상반기에 『한국회화소사』, 『일본 속의 한화』, 『우리 나라의 옛그림』을 출간했다. 동주는 월남이 패망한 1975년에 박정희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되고 1976년부터 1979년 10월까지는 통일부 장관에 재직하면서 외교 및 통일 분야의 현실에 참여하했다. 1980년 대 이후에는 대우재단 이사장(1980 – 1987), 아주대총장(1981-1982), 세종연구소 이사장(1989-1993)을 거친 후 1997년 12월 4일 별세했다. 이 시기의 대표적 저작으로는 국제정치분야에서는 『이용희 저작집: 한국과 세계정치 』(1988)와 『미래의 세계정치』(1993)가 있으며 한국미술사분야에서는 『한국회화사론』(1987)과 『우리 옛그림의 아름다움』(1996)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하영선)

서문

제1부 국제정치

제1장 예비적 고찰

제1절 국제정치의 개념

1. 국제정치라는 말

2. 일상적 의미의 의미

3. 국제정치의 개념

4. 국제정치학의 성격

제2절 국제정치의 성립

1. 역사적 배경

2. 국제연맹 이후

3. 국제정치학의 현황

제2장 국제정치권의 이론

제1절 국제정치권

1. 국가개념

2. 국제정치권

제2절 전파이론

1. 국제정치권의 형성

2. 전파와 저항

3. 국제정치권의 중심과 주변

제3절 역사적 유형

1. 국제정치적 차원

2. 역사적 유형과 세계정치

3. 세계정치의 자기분열

제3장 근대적 국제정치에의 경험

제1절 국제정치에의 경험

1. 내나라

2. 국제정치의 틀

제2절 대외정책의 저변

1. 대외적 태도

2. 힘

제3절 국제정치의 설정

1. 주체적 입장

2. 객관적인 상황

제4절 국제정치의 제도화

1. 사실관계에 있어서의 ‘힘’과 호혜성

2. 국제질서

제5절 ‘힘’과 질서

제4장 근대국가의 국제정치사적 여건

제1절 근대국가의 역사적 성격

1. 근대국가의 관념

2. 중세적 국가유형과의 비교

제2절 군사국가

1. 역사적 조건

2. 군사국가로서의 근대국가

3. 전쟁・병비兵備・군비

4. 군사국가에 있어서의 조국

제3절 경제국가

1. 국가경제

2. 국부・국가정책

3. 국부・국가정책(속)

제4절 식민지국가

1. 식민사적 소묘

2. 식민사적 소묘(속)

3. 식민의 국제정치

제5장 국제정치의 자기전개적인 여건

제1절 군사・경제・정치

1. 자기변이自己變移의 제상諸相

2. 자기변이의 제상(속)

제2절 국제주의의 요인에 대하여

1. 초국가・사회와 국제경제


책 속으로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서는 우선 국제정치학과 국제정치가 더불어 입각하는 바 그 역사적 위치가 먼저 천명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역사는 그 대로가 곧 현대의 양상은 아니니라. 그러라 그 소종래(所從來)를 깊이 파고 들어 그 ‘현재’ 속에 맥맥히 생동하는 그 역사적 성격을 간취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오늘날의 국제정치를 이해하는데 실로 막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 ——- 본문 속에서

이런 뜻에서 우리는 일상어로 받아들이고 또 쓰게 된 ‘국제정치’라는 말 속에서 학문 대상을 지어주는 분야 설정의 기능 혹은 카테고리 설정의 의의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 관용 속에 담겨 있는 그 사회의 특이한 태도와 관점이 바로 학문의 출발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취급하는 국제정치의 학문은 이로써 짐작되듯이 구미 사회의 시각으로 시작되고 자유주의적 개차를 겪어 우리 사회의 현실에 조절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학문이다. ———– 본문 속에서

문화권이 성립하는 것은 두말없이 한 권역에 두루 타당하는 생활행위와 양식의 보편성인데 이러한 문화적 보편성 속에 얽혀 들어가 있는 보편적인 정치행위와 의식이야 말로 바로 국제정치권의 권역성을 규정하는 요건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근세사상 뚜렷한 국제정치권이 압도적인 유교문화권, 회교문화권, 또 기독교문화권과 대체로 권역을 같이 하였다는 것은 매우 암시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 본문 속에서

반대로 국제정치권은 언제나 강력한 정치세력을 매개하여 특정한 정치가 다른 지역, 다른 사회에 전파됨으로써 이룩된다. 특정한 정치체계가 권역에 두루 타당하는 보편적인 정치체계로 전개하는 과정이 바로 국제정치권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점은 회교권, 유교권, 및 유럽에서 역사상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였던 사실이며……… —— 본문 속에서

그러나 세계 정치의 현실은 엄연히 자기 분열의 방향에 직면하고 있으며, 세계정치의 특색을 단일개적 현상이라고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복잡한 하부구조를 지닌 정치, 여러 차원을 내포하고 있는 정치로 이해하지 않으면 아니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위해서는 우선 유럽정치적인 세계정치로부터 시작아니할 수 없으리라. ——- 본문속에서

그러나 현실에서 보면 이미 어느 종류든간에 국제질서의 중심은 서 있고 틀도 잡혀져 있어서 그 질서의 틀 안에서 ‘힘’이 발동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점차로 신질서로 바꾸어 가느냐 또 그렇지 않으면 전쟁의 결과에서와 같이 급작히 바꾸어지느냐 하는 것만 이 문제이다. 그것도 과거의 국제질서의 전역을 일시에 파기하고 새로운 것으로 별안간 바꾼다는 것은 경험의 세계에서는 있기 어렵다. ————- 본문 속에서

20세기의 세계 정치라는 관념은 그 연원으로 보아 유럽정치의 형태로서 출발한 근대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특정한 국제정치관념에 유래한다. 따라서 오늘의 국제정치를 다루려면 부득이 그 연원이 되는 유럽정치의 핵심인 근대국가와 그 사이에 빚어진 국제정치관념을 규명하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속에서

군사국가라 함은 군사적 목적과 필요를 구현하기 위한 군사정책이 다른 것에 우선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구조․국가재정․국가정책에 이러한 목적과 필요가 반영되어 있는 국가를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근대국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군사국가로서 성립하고 군사국가로서 발전하고 군사국가로서 현대에 이르렀다. ———– 본문 속에서

세계 정치는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경제와 상관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상호매개되어 존재하는 현상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시장은 경제적 자유를 희구한다. 19세기 말에는 이미 ‘국민경제’라는 단위에서 구상되는 세계경제와는 다른 세계경제가 요망되었다. 국가 경제를 통하여 발달하여 온 산업경제 현상 특히 고도자본주의 현상은 그 필연적인 요청으로 자본활동의 콘스모폴리타니즘과 또 그 자연적인 소산으로 초국가적 단일세계․자유시장을 기원하여 마지 않는다. 국가경제의 규모를 넘어 세계경제의 규모에 도달하려고 든다. 이러한 즈음에 또한 세계정치는 이룩되었다. ————- 본문 속에서

근대식민사는 국제정치에 허다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유럽 국제정치의 확대에서 이룩된 세계정치 성립에 공헌한 점이었다. 본래 유럽 국제정치는 유럽에서 발생한 근대국가라는 특정한 나라의 형태를 중심하여 이룩된 특정한 국제정치였건만 유럽국가의 식민지경영 및 식민주의 정책의 확대로 말미암아 전지표가 유럽정치의 권래에 들어오게 되었다. ————- 본문속에서

현대의 세계정치는 그것이 유럽정치의 확대라는 의미에서 자연히 단일한 기준에 정치를 이해하고 반응하고, 행위하는 단일한 유형의 세계를 의미한다. 세계정치란 이런 의미에서는 단일한 커뮤니케이션의 망(網)을 전제로 하여 서게 되었다 ……… 그러나 ‘전파’는 단순한 일방통행은 아니다. ……. 전파의 기능을 하는 도중에 역으로 팽창해 가는 국제정치에 영향을 입고 또 유럽정치의 확대와 더불어 유럽정치의 비대에서 오는 모순이 일어난다. 더욱이 그 모순이 클 경우 이러한 면을 안고 서는 세계정치는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속에서


출판사 서평

해방 이후 한국국제정치학계의 가장 중요한 저작

근대 세계정치질서를 이해하는 명쾌하고 독자적인 설명

미래 세계정치를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

일반국제정치학(상)이 출판된지 반세기 만에 21세기의 젊은 독자들을 위하여 한글판 가로쓰기의 새로운 단장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한국국제정치학사의 기념비적인 존재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21세기 한국국제정치학의 미래를 위한 주춧돌로서 보다 더 중요하다. 1945년 이후 국제정치에 관한 수많은 글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단명하고 말았다. 반세기 동안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이 책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첫째, 이 책이 보여주는 문제의식의 중요성이다. 비강대국의 국제정치학이 압도적으로 강대국 국제정치학의 소개 내지는 원용의 차원에서 머물러 있는 현실에 대해, 이 연구는 정면에서 그 한계를 지적하고, 주체적 입장에서 국제정치학의 이론화 작업에 도전하고 있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둘째, 저자의 독특한 ‘장소’의 논리에 기반을 둔 국제정치학 이론의 독창성이다. 저자는 국제정치연구의 출발을 일정한 정치행위의 의미가 보편타당한 국제정치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정치권은 항상 강력한 정치세력을 매개로 하여 특정한 정치가 다른 지역, 다른 사회에 전파됨으로써 이루어져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국제정치의 보편성과 특수성, 또는 동질성과 이질성을 역사적으로 형성된, 유교권, 회교권, 기독교권 속에서 19세기 이래 근대유럽 국제정치권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기존 구미 국제정치학계의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일반’국제정치학의 정립에 성공적으로 접근하는 선구적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이 연구는 근대유럽국제정치권의 기본단위체로 관념되어 온 근대국가의 역사적 성격을 군사국가, 경제국가, 식민지 국가로 규정하고, 당시 국내의 열악한 연구여건 속에서 놀랄만한 국제수준의 실증작업을 통해 이를 설득력있게 증명하고 있다.

넷째, 이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연구서에 멈추지 않고 현대세계질서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그 속에서 ‘내’나라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